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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거주확인서 : 대항력이 있어도 보증금을 못 받는 경우 본문
경매 물건에 대항력 있는 임차인이 붙어 있으면 보통은 피합니다. 낙찰받아도 보증금을 떠안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대항력 요건을 완벽히 갖춘 임차인이 보증금을 한 푼도 못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종이 한 장 때문입니다. 무상거주확인서입니다.
이게 자동으로 그렇게 되는 건 아닙니다. 대법원은 조건을 달아 두었고, 그 조건을 모르면 임차인도 낙찰자도 헛짚습니다. 판례 원문을 직접 확인해 정리했습니다.

1. 대항력은 이렇게 생깁니다
먼저 기준부터 봅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은 등기 없이도 임차인을 보호합니다.
임대차는 그 등기가 없는 경우에도 임차인이 주택의 인도와 주민등록을 마친 때에는 그 다음 날부터 제삼자에 대하여 효력이 생긴다. 이 경우 전입신고를 한 때에 주민등록이 된 것으로 본다. —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1항
이사와 전입신고, 둘을 마치면 다음 날 0시에 대항력이 생깁니다. 요건은 이게 전부입니다. 계약서를 공증할 필요도, 등기를 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리고 같은 조 제4항이 결정적입니다. 임차주택의 양수인은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합니다. 경매 낙찰자도 양수인이라 여기에 걸립니다. 제6항은 여기에 동시이행 항변권까지 붙여줍니다.그래서 대항력 있는 임차인은 낙찰자에게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보증금을 주면 나가겠다. 낙찰자는 이걸 거절할 방법이 원칙적으로 없습니다.
2. 무상거주확인서는 왜 생기나
집주인이 그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으려 합니다. 은행은 담보가치를 조사합니다. 그런데 세입자가 있고 보증금이 1억 원이면, 그만큼은 담보가치에서 빠집니다. 대출이 줄어듭니다.
그래서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부탁합니다. 「형식적인 거니까 무상으로 살고 있다고 한 장만 써 줘.」 대개 이런 문구가 들어갑니다.
이 건물에 무상으로 거주함을 확인하고, 만일 기재 내용과 실제가 상이하여 발생되는 손해에 대하여
전적으로 민·형사상 책임을 질 것을 확약합니다.
실제 대법원 2016다228215 사건에 등장하는 문구를 정리한 것입니다. 세입자 입장에서는 집주인과의 관계도 있고, 당장 내 보증금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라 쉽게 도장을 찍습니다. 문제는 그 집이 경매로 넘어갈 때입니다. 그 종이가 경매 기록에 들어옵니다.

3. 1987년, 대법원이 처음 그은 선
이 쟁점은 오래됐습니다. 1987년 판결부터 봅니다.
임차인이 위 건물의 담보가치를 높게 평가받도록 하기 위하여 은행직원에게 아무런 임료도 지급함이 없이 무상으로 거주하고 있다는 거짓내용의 확인서를 작성해 주었으며 또 위 건물에 대한 경매절차가 끝날 때까지도 그 임대차관계를 밝히지 아니하여 경락인이 이를 알지 못하였다면, 태도를 번복하여 그 임대료 반환을 요구하면서 그 명도를 거부하는 것은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금반언 내지 신의칙에 위반된다. — 대법원 1987. 12. 8. 선고 87다카1738 판결
거짓 확인서를 써 주고, 경매가 끝날 때까지 입을 다물고, 낙찰자가 새 주인이 되고 나서야 보증금을 요구했습니다. 대법원은 이걸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핵심은 「거짓말을 했다」가 아니라 「낙찰자가 그걸 몰랐다」입니다. 이 구분이 뒤에서 계속 작동합니다.
4. 같은 해, 반대 결론이 나온 사건
흥미롭게도 같은 1987년에 정반대 결론도 나왔습니다. 이쪽이 임차인이 이긴 사건입니다.
은행직원이 근저당권실행의 경매절차와는 아무런 관련도 없이 행한 담보건물에 대한 임대차 조사에서 임차인이 그 임차사실을 숨겼다고 하더라도 그 후의 경매절차에서 임대차 관계가 분명히 된 이상은 은행이 경매가격을 결정함에 있어서 신뢰를 준 것이라고는 할 수 없는 것이므로 … 동시이행의 항변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 대법원 1987. 1. 20. 선고 86다카1852 판결
임차인은 똑같이 숨겼습니다. 그런데 경매절차에서는 임대차 관계가 드러났습니다. 그러니 경매가격은 그 사실을 반영해 정해졌을 것이고, 누구도 속아서 값을 매기지 않았습니다. 두 사건의 차이는 임차인의 잘못의 크기가 아닙니다. 그 거짓말이 경매가격에까지 따라 들어갔는가입니다.
5. 30년 뒤, 대법원이 정리한 기준
이 법리를 현재 형태로 못 박은 것이 2016년 판결입니다. 지금 실무에서 가장 많이 인용됩니다.
임차인이 임대차 사실을 부인하고 임차인으로서의 권리를 주장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무상임대차 확인서를 작성해 주었고, 그 후 개시된 경매절차에 무상임대차 확인서가 제출되어 매수인이 확인서의 내용을 신뢰하여 매수신청금액을 결정하는 경우와 같이 … 매수인의 신뢰가 매각절차에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는 사정이 존재하는 경우에는 … 대항력 있는 임대차를 주장하여 임차보증금반환과의 동시이행의 항변을 하는 것은 금반언 또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 — 대법원 2016. 12. 1. 선고 2016다228215 판결
한 가지 짚고 갑니다. 이 사건은 상가건물 사건이고 참조조문도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3조입니다. 다만 근거가 되는 조문은 민법 제2조, 곧 신의성실의 원칙이라 주택에도 그대로 작동합니다. 앞서 본 두 판결이 주택 사건입니다.
6. 갈림길은 확인서가 아니라 「가격」입니다
세 판결을 나란히 놓으면 선이 하나로 보입니다.
| 87다카1738 | 확인서 작성 + 경매 끝까지 침묵 → 낙찰자가 몰랐다 | 임차인 패 |
| 86다카1852 | 숨겼지만 경매절차에서 임대차가 드러났다 | 임차인 승 |
| 2016다228215 | 확인서가 경매기록에 제출되고 매수인이 그걸 믿고 값을 정했다 | 임차인 패 |
기준은 하나입니다. 그 확인서가 매각가격을 만들었는가. 확인서를 썼다는 사실만으로는 대항력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 종이가 경매 기록에 들어가고, 낙찰자가 그걸 보고 값을 매겼어야 합니다.
거꾸로 말하면, 확인서가 은행 서랍에만 있고 경매법원에 제출된 적이 없다면 임차인의 대항력은 살아 있습니다.
7. 매각물건명세서에 「대항력 있음」이라 써 있어도
여기가 이 판결에서 가장 의외인 대목입니다. 2016다228215의 판시는 이렇게 이어집니다.
비록 매각물건명세서 등에 대항력 있는 임대차 관계가 존재한다는 취지로 기재되었더라도 … 동시이행의 항변을 하는 것은 … 허용될 수 없다.
실제 사건의 현황조사서에는 임차인이 등재자로, 그것도 확정일자까지 받은 것으로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서류만 보면 명백한 대항력 있는 임차인입니다. 그런데도 결론이 뒤집혔습니다. 매각물건명세서가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명세서 기재는 출발점이고, 기록 전체를 봐야 합니다.
8. 입찰 전에 볼 곳은 「문건접수내역」입니다
그럼 확인서가 제출됐는지는 어디서 봅니까. 2016다228215의 사실관계에 답이 있습니다.
인성저축은행은 2012. 10. 31.경 피고의 배당 및 권리 자격을 제외해 달라는 취지의 권리(임차인)배제신청서에 위 무상거주확인서를 첨부하여 경매법원에 제출하였다.
무상거주확인서는 혼자 들어오지 않습니다. 대개 근저당권자가 권리배제신청서에 붙여서 냅니다. 그리고 이런 서류는 사건 기록의 문건접수내역에 이름이 남습니다.
| 1 | 법원경매정보 사건내역에서 문건처리내역을 연다 |
| 2 | 채권자 제출 문건 중 권리배제신청서 · 임차인배제신청서가 있는지 본다 |
| 3 | 있으면 법원에서 기록 열람으로 첨부서류를 확인한다 (이해관계인 또는 열람 허가 필요) |
| 4 | 확인서를 봤다면 그 사실을 기록으로 남긴다. 뒤에 「알고 믿었다」를 증명할 근거가 된다 |
4번이 중요합니다. 2016년 판결의 결론은 파기환송입니다. 대법원은 「임차인이 진다」가 아니라 「매수인이 확인서의 존재를 알고 그 내용을 신뢰하여 매수신청금액을 결정하였다면」이라는 조건을 달아 다시 심리하라고 했습니다.
즉 입증 책임은 낙찰자에게 있습니다. 기록을 보지도 않고 입찰했다면, 나중에 확인서가 있었다는 걸 알게 돼도 이 논리를 쓰기 어렵습니다.

9. 임차인이라면 절대 써 주지 마세요
반대편에서 보면 결론은 훨씬 단순합니다.
집주인이 대출을 이유로 무상거주확인서를 부탁하면 거절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 종이는 집주인의 대출한도를 늘려주는 대신, 내 보증금을 담보가치에서 지워버립니다. 그 집이 경매로 가면 지운 값이 그대로 내 손실이 됩니다.
이미 써 준 상태라면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경매절차에서 임대차 관계를 분명히 드러내는 것입니다. 86다카1852가 그 경우입니다.
| 권리신고 | 배당요구종기 안에 임대차계약서를 붙여 권리신고 및 배당요구를 한다 |
| 현황조사 | 집행관 현황조사 때 임대차 사실과 보증금을 사실대로 진술한다 |
| 시점 | 늦어도 매각기일 전이어야 한다. 낙찰 뒤에 밝히면 87다카1738 쪽이 된다 |
입찰자들이 그 사실을 알고 값을 매겼다면, 아무도 확인서를 믿고 속은 사람이 없습니다. 신의칙이 작동할 자리가 사라집니다.
10. 자주 묻는 질문
Q. 무상거주확인서를 쓰면 배당도 못 받나요?
대항력과 배당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위 판결들이 직접 다룬 것은 낙찰자에 대한 인도 거부와 동시이행 항변입니다. 다만 실무에서는 근저당권자가 같은 확인서를 근거로 배당에서 빼 달라는 신청을 하고, 배당이의 소송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확인서 한 장이 양쪽 모두에 쓰인다고 보는 편이 안전합니다.
Q. 확인서에 도장이 아니라 사인만 했으면 어떤가요?
형식은 쟁점이 아닙니다. 판례가 보는 것은 그 문서가 상대방에게 준 신뢰입니다. 도장이든 사인이든, 내가 작성해 줬고 그것이 경매 기록에 들어가 가격에 반영됐다면 결론은 같습니다.
Q. 낙찰받고 나서 확인서의 존재를 알았습니다. 쓸 수 있나요?
어렵습니다. 2016년 판결의 조건은 「확인서의 존재를 알고 그 내용을 신뢰하여 매수신청금액을 결정」했을 것입니다. 입찰 시점에 몰랐다면 그 신뢰가 가격에 반영됐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확인은 낙찰 뒤가 아니라 입찰 전에 해야 합니다.
Q. 선순위 임차인이면 무조건 피해야 하나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보증금을 인수하는 만큼 값을 낮춰 쓰면 됩니다. 판단 기준은 선순위 임차인 편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무상거주확인서는 그 계산이 뒤집힐 수 있는 예외이지, 기본값이 아닙니다.
이 글은 2026년 9월 기준 법령과 판례를 확인해 작성했습니다. 개별 사안은 조건에 따라 결론이 달라집니다. 실제 입찰이나 계약 전에는 전문가의 확인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이 글을 쓴 사람
현직 공인중개사 · 법원 매수신청대리인
법령과 조문을 직접 확인해 정리합니다. 오래된 정보나 바뀐 규정은 발견하는 대로 갱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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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 민법 제2조 · 제536조 / 대법원 1987. 1. 20. 선고 86다카1852 판결 / 대법원 1987. 12. 8. 선고 87다카1738 판결 / 대법원 2016. 12. 1. 선고 2016다228215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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