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지상권 : 토지만 낙찰받으면 철거가 아니라 지료입니다

경매 사이트를 넘기다 보면 토지만 따로 나온 물건이 있습니다. 두세 번 유찰돼 감정가의 반값 아래로 떨어져 있고, 매각물건명세서 비고란에는 「법정지상권 성립 여지 있음」이라고만 적혀 있습니다.
이 물건을 사는 사람들이 노리는 것은 건물이 아닙니다. 땅 위에 남의 건물이 서 있는 동안 받아내는 지료입니다. 다만 계산을 잘못하면 몇 년 동안 아무것도 못 하고 세금만 내는 땅이 됩니다.
법정지상권이 언제 생기고, 생기면 낙찰자가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못 하는지, 그리고 돈이 실제로 어디서 나오는지를 조문과 판례로 정리했습니다.
1. 「성립 여지 있음」은 성립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법원은 법정지상권이 성립하는지를 판단해 주지 않습니다. 매각물건명세서에 적히는 문구는 「성립 여지 있음」 또는 「성립 여부 불분명」입니다. 판단은 입찰자 몫이라는 뜻입니다.
이 구조는 유치권과 똑같습니다. 법원은 신고가 들어왔다는 사실만 기재하고, 성립 여부는 나중에 민사소송에서 가려집니다. 명세서를 읽는 법은 매각물건명세서 보는 법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감정평가서도 같이 봐야 합니다. 법정지상권이 성립할 가능성을 반영해 감정가가 이미 깎여 있는 경우가 많은데, 깎인 만큼이 그대로 손해는 아닙니다. 뒤에서 보겠지만 지료는 깎이지 않은 값을 기준으로 계산되기 때문입니다.
2. 등기부에는 나오지 않습니다
법정지상권이 어려운 첫 번째 이유는 등기부를 아무리 들여다봐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일반 지상권은 을구에 등기되지만, 법정지상권은 법률 규정으로 생기는 권리라 등기 없이 성립합니다.
상속, 공용징수, 판결, 경매 기타 법률의 규정에 의한 부동산에 관한 물권의 취득은 등기를 요하지 아니한다. 그러나 등기를 하지 아니하면 이를 처분하지 못한다. — 민법 제187조
그래서 말소기준권리를 아무리 정확히 잡아도 법정지상권은 걸러지지 않습니다. 등기부에 없는 권리를 등기부로 찾을 수는 없으니까요. 확인해야 할 것은 등기부가 아니라 건축물대장, 항공사진, 그리고 저당권 설정 시점의 현황입니다.
3. 민법 제366조 — 네 가지가 다 맞아야 합니다
저당물의 경매로 인하여 토지와 그 지상건물이 다른 소유자에 속한 경우에는 토지소유자는 건물소유자에 대하여 지상권을 설정한 것으로 본다. 그러나 지료는 당사자의 청구에 의하여 법원이 이를 정한다. — 민법 제366조
조문은 짧지만 요건은 네 가지입니다. 하나라도 빠지면 성립하지 않습니다.
| ① 저당권 설정 당시 건물이 있었을 것 | 나중에 지은 건물은 해당 없음 |
| ② 그때 토지와 건물이 같은 사람 소유였을 것 | 명의신탁된 땅은 제외 |
| ③ 토지나 건물에 저당권이 설정됐을 것 | 둘 중 하나만이어도 됨 |
| ④ 경매로 소유자가 갈라졌을 것 | 매각대금 완납 시점에 확정 |
가장 많이 걸리는 것이 ①입니다. 빈 땅에 저당권을 잡은 뒤 그 위에 건물을 올렸다면 법정지상권은 생기지 않습니다. 대법원 92다20330은 이 경우 민법 제366조의 법정지상권도, 관습법상 법정지상권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못 박았습니다.
거꾸로 ①만 충족되면 생각보다 폭이 넓습니다. 미등기여도, 무허가여도 성립합니다. 저당권 설정 당시에 공사 중이었더라도 건물의 규모와 종류를 외형상 예상할 수 있을 정도까지 진행돼 있었고, 매각대금 완납 때까지 기둥과 지붕과 주벽을 갖추면 법정지상권이 성립합니다(대법원 2004다13533).
4. 매매로 갈라졌을 때는 관습법입니다
민법 제366조는 저당권 실행 경매에만 적용됩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매매나 증여, 강제경매, 공매로 토지와 건물 주인이 갈라지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여기에 적용되는 것이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입니다.
요건은 두 가지뿐입니다. 소유권이 변동될 당시 토지와 건물이 같은 사람 것이었을 것, 그리고 건물을 철거한다는 특약이 없었을 것. 처음부터 같은 사람 소유였을 필요는 없고, 갈라지는 그 순간에만 같으면 됩니다.
이 관습법은 2022년에 한 번 크게 흔들렸습니다. 대법원 2017다236749 전원합의체는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은 현재에도 법적 규범으로서 효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확인했습니다. 다만 반대의견은 종래 판례를 폐기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관습으로서 성립 요건을 갖추지 못했고, 사회 구성원들이 더 이상 그 구속력을 확신하지 않는다는 이유였습니다.
결론은 유지됐지만, 폐지 논의가 대법정까지 올라갔다는 사실 자체는 기억해 둘 만합니다.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에 기대어 짜는 전략은 제도가 바뀔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있다는 뜻이니까요.
반대로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이 생기지 않는 경우도 정리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토지만 낙찰받는 쪽에서는 이쪽이 더 반가운 목록입니다.
| 건물 철거 특약이 있었을 때 | 매매계약서에 철거 약정이 있으면 성립하지 않음 |
| 토지를 명의신탁했을 때 | 신탁자는 그 땅이 자기 소유라고 주장할 수 없어 동일인 요건 불충족(92다20330) |
| 환지로 지적선이 바뀌었을 때 | 환지의 성질상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이 생기지 않음(2001다4101) |
| 빈 땅에 저당 잡고 나중에 지었을 때 | 민법 제366조도 관습법도 모두 불성립(92다20330) |
마지막 줄은 한 번 더 강조할 만합니다. 빈 땅에 저당권을 잡은 채권자를 보호하기 위해 민법은 아예 별도 장치를 두었습니다. 저당권자가 토지와 건물을 함께 경매에 부칠 수 있게 한 일괄경매청구권입니다(민법 제365조). 다만 그 건물의 경매대가에서는 우선변제를 받지 못합니다.
5. 기준 시점은 압류입니다
여기가 실무에서 가장 자주 틀리는 지점입니다. 「토지와 건물이 같은 사람 소유였는지」를 언제를 기준으로 보느냐입니다.
강제경매라면 답은 낙찰자가 잔금을 낸 날이 아니라 압류의 효력이 생긴 날입니다. 대법원 2010다52140 전원합의체가 종전 판례를 변경하면서 정리한 내용입니다.
그 매수인이 소유권을 취득하는 매각대금의 완납시가 아니라 그 압류의 효력이 발생하는 때를 기준으로 하여 토지와 그 지상 건물이 동일인에 속하였는지가 판단되어야 한다. — 대법원 2010다52140 전원합의체
가압류가 먼저 있었다면 더 앞으로 당겨집니다. 가압류가 본압류로 이행되어 경매가 진행된 경우에는 애초 가압류가 효력을 발생한 때가 기준입니다. 같은 판결이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 기준이 왜 중요하냐면, 압류 효력이 생긴 뒤에 소유권을 취득한 사람은 낙찰자에게 대항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압류 이후에 토지나 건물을 넘겨받아 소유자를 일치시켜 놓아도 법정지상권은 생기지 않습니다. 유치권에서 갈림길이 저당권이 아니라 압류였던 것과 정확히 같은 논리입니다.
6. 건물을 헐고 다시 지었다면
저당권 설정 당시에는 낡은 집이 있었는데 그 사이에 헐고 새로 지은 경우가 있습니다. 원칙은 성립합니다. 개축, 증축은 물론 멸실·철거 후 재축, 신축한 경우에도 법정지상권은 살아 있습니다.
다만 범위가 제한됩니다. 대법원 90다19985는 이 경우 법정지상권의 존속기간과 범위는 구 건물을 기준으로 그 이용에 일반적으로 필요한 범위 내로 제한된다고 했습니다. 단층 슬레이트집 자리에 5층 건물을 올렸다면, 지상권이 5층 건물 전체를 덮어 주지는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예외가 하나 있습니다. 토지와 건물에 함께 공동저당이 잡혀 있었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대법원 98다43601 전원합의체는 공동저당이 설정된 뒤 건물이 철거되고 새 건물이 신축된 경우, 신축건물에 같은 순위의 공동저당을 다시 설정해 주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정지상권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유는 담보가치입니다. 토지에만 저당을 잡은 채권자는 애초에 지상권 부담을 감수하고 깎인 값을 담보로 잡은 것이지만, 토지와 건물을 함께 잡은 채권자는 나대지 값 전부를 담보로 잡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당권 등기 유형을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7. 성립하면 철거는 못 합니다
법정지상권이 성립하면 낙찰자는 건물 철거를 청구할 수 없습니다. 토지 소유권은 내 것이지만, 그 위에 지상권이라는 부담이 얹혀 있는 상태입니다. 대신 존속기간이 정해져 있습니다.
| 석조·석회조·연와조 등 견고한 건물이나 수목 | 30년 |
| 그 밖의 건물 | 15년 |
| 건물 외의 공작물 | 5년 |
법정지상권은 계약으로 기간을 정한 적이 없으므로 민법 제281조 제1항에 따라 위 최단존속기간이 그대로 기간이 됩니다. 종류와 구조가 분명하지 않으면 15년으로 봅니다(제281조 제2항).
기간이 끝났다고 바로 헐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건물이 남아 있으면 지상권자는 갱신을 청구할 수 있고, 토지 소유자가 갱신을 원하지 않으면 지상권자는 상당한 가액으로 건물을 사 가라고 청구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283조). 콘크리트 건물이라면 낙찰 후 30년을 내다봐야 한다는 뜻입니다.
8. 지료는 나대지 기준으로 계산합니다
여기가 토지만 낙찰받는 전략의 핵심입니다. 지료는 당사자끼리 합의가 안 되면 법원이 정합니다(민법 제366조 단서). 그런데 법원이 지료를 정할 때 무엇을 빼고 계산하는지가 중요합니다.
법정지상권자가 지급할 지료를 정함에 있어서 법정지상권 설정 당시의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야 하나, 법정지상권이 설정된 건물이 건립되어 있음으로 인하여 토지의 소유권이 제한을 받는 사정은 참작·평가하여서는 안된다. — 대법원 94다61144
쉽게 말해 지료는 빈 땅이었다면 받았을 값을 기준으로 산정합니다. 감정평가서에서는 지상권 부담 때문에 토지 값이 깎여 낙찰가가 낮아지는데, 지료는 그 깎임을 반영하지 않습니다. 이 비대칭이 토지만 낙찰받는 물건의 수익 구조입니다.
다만 지료를 받으려면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법원의 지료 결정은 당사자가 지료결정청구를 해야 이루어지고, 형식적 형성소송인 지료결정판결로 나와야 제3자에게도 효력이 미칩니다(대법원 99다17142). 건물이 다른 사람에게 팔릴 수 있으니 이 부분이 중요합니다.
당사자끼리 지료를 정하는 약정을 해도 되지만, 그 약정은 등기를 해야만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습니다. 구두로 합의해 놓고 건물이 팔려 버리면 새 건물주에게는 아무 효력이 없다는 뜻입니다. 같은 판결이 이 점을 함께 판시했습니다.
액수 자체는 법원이 감정을 거쳐 정합니다. 토지의 기초가액에 기대이율을 곱하는 방식이 실무에서 쓰이는데, 고정된 요율표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위치와 용도지역, 실제 이용 상황에 따라 달라지므로 입찰 전에 임료 감정 경험이 있는 전문가에게 한 번 물어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참고로 법정지상권을 아직 등기하지 않은 건물 양수인이라도 땅을 쓰고 있는 이상 그 이득은 돌려줘야 합니다. 대법원 94다61144는 철거 청구를 거부할 수 있는 지위에 있더라도 대지 점거로 얻은 실질적 이득은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했습니다. 지료를 받을 상대가 없어지는 상황은 잘 생기지 않습니다.

9. 낙찰 이후 실제 순서
건물 주인이 지료를 안 내면 쫓아낼 수 있습니다. 민법 제287조는 지상권자가 2년 이상의 지료를 지급하지 않으면 토지 소유자가 지상권 소멸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문제는 그 2년이 언제부터 세어지느냐입니다.
지료에 관한 협의가 있었다거나 법원에 의하여 지료가 결정되었다는 아무런 입증이 없다면, 법정지상권자가 지료를 지급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지료 지급을 지체한 것으로는 볼 수 없으므로 지상권소멸청구는 이유가 없다. — 대법원 99다17142
게다가 같은 판결은 토지 양수인이 종전 소유자에 대한 연체기간을 합산해 주장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낙찰자는 전 주인이 몇 년을 못 받았든 그것을 물려받지 못합니다. 2년 카운트는 낙찰자 앞에서 0부터 다시 시작합니다.
그래서 순서가 이렇게 됩니다. 잔금 납부로 소유권을 취득하고, 곧바로 지료결정청구를 해서 지료를 확정시키고, 그때부터 연체를 쌓고, 2년이 지나면 지상권 소멸을 청구하고, 그 뒤에야 건물철거와 토지인도를 구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빨라도 몇 년짜리 계획입니다.
현실적으로는 이 과정 어딘가에서 협상이 붙습니다. 토지를 건물주에게 파는 방법, 건물을 사들여 합치는 방법, 지료를 받으며 버티는 방법 중 하나로 정리되는 것이 보통입니다. 명도 자체는 명도와 인도명령과 전혀 다른 절차라는 점도 기억해 두시기 바랍니다. 법정지상권이 붙은 건물은 인도명령 대상이 아닙니다.
10. 입찰 전에 확인하는 순서
토지만 나온 물건을 볼 때 이 순서로 확인하면 대부분 걸러집니다.
| 1 | 건물의 건축물대장과 등기부를 떼어 준공 시점을 확인한다 |
| 2 | 토지 등기부에서 최초 저당권 설정일 또는 압류·가압류 기입일을 뽑는다 |
| 3 | 그 시점에 건물이 있었는지 항공사진과 대장으로 대조한다 |
| 4 | 그 시점의 토지 소유자와 건물 소유자가 같은 사람이었는지 본다 |
| 5 | 토지와 건물에 공동저당이 잡혔던 흔적이 있는지 확인한다 |
| 6 | 성립한다고 보고 지료 수익과 회수 기간으로 입찰가를 역산한다 |
여기서 중요한 태도가 하나 있습니다. 성립하지 않기를 기대하고 입찰가를 올리면 안 됩니다. 성립한다고 가정해도 수익이 나는 가격에서만 쓰는 것이 안전합니다. 입찰가를 정하는 방법은 기일입찰표 작성법에서 이어집니다.
경매 절차 전체의 흐름이 헷갈리신다면 경매 절차 전체 정리부터 보시면 순서가 잡힙니다.
11. 자주 묻는 질문
Q. 명세서에 「성립 여지 있음」이라고 적혀 있으면 성립한다는 뜻인가요?
아닙니다. 법원은 성립 여부를 판단하지 않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만 기재합니다. 판단하지 않았다는 기재는 흠이 아닙니다. 입찰자가 직접 따져야 합니다.
Q. 건물이 무허가인데도 법정지상권이 생기나요?
생깁니다. 미등기라도 법정지상권 성립에는 지장이 없다는 것이 대법원 2004다13533을 비롯한 확립된 판례입니다. 등기 여부는 요건이 아닙니다.
Q. 건물이 다른 사람에게 팔리면 법정지상권도 따라가나요?
등기를 옮기지 않았어도 사실상 따라간다고 보는 편이 안전합니다. 대법원 84다카1131 전원합의체는 법정지상권을 함께 양도받기로 한 건물 양수인에게 토지 소유자가 철거를 청구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상 허용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Q. 지료를 한 푼도 안 받았는데 왜 바로 소멸청구를 못 하나요?
지료 액수가 정해지지 않았으면 법적으로 연체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낙찰 직후 지료결정청구부터 하는 것이 실무의 첫 단추입니다.
Q. 반대로 건물만 낙찰받으면 어떻게 되나요?
요건이 맞으면 건물 낙찰자가 법정지상권을 얻는 쪽이 됩니다. 땅을 안 사고도 건물을 쓸 수 있지만 지료를 내야 하고, 2년 이상 밀리면 토지 소유자가 소멸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배당 관계는 배당순위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이 글은 2026년 9월 기준 법령과 판례를 확인해 작성했습니다. 개별 사안은 조건에 따라 결론이 달라집니다. 실제 입찰 전에는 전문가의 확인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이 글을 쓴 사람
현직 공인중개사 · 법원 매수신청대리인
법령과 조문을 직접 확인해 정리합니다. 오래된 정보나 바뀐 규정은 발견하는 대로 갱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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