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요구 종기 : 하루가 지나면 우선변제권이 있어도 못 받습니다

경매에서 돈을 받는 순서를 정하는 것은 배당순위입니다. 그런데 그 순위표에 이름을 올리는 자격은 따로 있습니다. 배당요구의 종기입니다.
이 날짜는 배당기일이 아닙니다. 매각기일도 아닙니다. 첫 매각기일보다 앞에 있고, 사건이 시작되자마자 정해집니다. 하루를 넘기면 실체법상 우선변제권이 있어도 배당에서 빠집니다. 반대로 낙찰자 쪽에서 보면, 임차인이 이 날짜를 놓친 순간 그 보증금은 매수인의 인수 부담으로 넘어옵니다.
한 날짜가 두 사람의 손익을 동시에 뒤집는 자리입니다. 조문과 판례로 정리합니다.

1. 종기는 사건 초반에 이미 닫힙니다
민사집행법 제84조가 정하는 순서는 이렇습니다.
| 제84조 제1항 | 경매개시결정에 따른 압류의 효력이 생기면, 집행법원이 배당요구의 종기를 첫 매각기일 이전으로 정한다 |
| 제84조 제3항 | 종기 결정과 공고는 압류의 효력이 생긴 때부터 1주 이내에 한다 |
| 제84조 제6항 | 특별히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법원이 종기를 연기할 수 있다 |
경매개시결정 등기가 올라가고 1주 안에 종기가 정해져 공고된다는 뜻입니다. 첫 매각기일이 잡히기도 전에 자격 심사가 끝나 있는 구조입니다.
「경매가 진행 중이니 배당받을 때쯤 신청하면 되겠지」라는 생각이 위험한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임차인이 경매 사실을 알아차릴 무렵에는 종기가 이미 지나 있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2. 가만히 있어도 받는 사람과, 신청해야 받는 사람
제148조가 배당받을 채권자를 넷으로 나눕니다. 이 구분이 이 글의 뼈대입니다.
| 1호 | 종기까지 경매신청을 한 압류채권자 | 당연배당 |
| 2호 | 종기까지 배당요구를 한 채권자 | 신청해야 배당 |
| 3호 | 첫 경매개시결정등기 전에 등기된 가압류채권자 | 당연배당 |
| 4호 | 저당권·전세권 등 우선변제청구권으로 첫 경매개시결정등기 전에 등기되었고 매각으로 소멸하는 것 | 당연배당 |
기준은 등기부에 이미 드러나 있느냐입니다. 등기로 공시된 권리는 법원이 기록만 보고도 배당표에 넣을 수 있으니 가만히 있어도 됩니다.반대로 등기부에 나타나지 않는 권리는 스스로 나서야 합니다. 제88조 제1항이 배당요구를 할 수 있는 사람을 이렇게 적습니다.
집행력 있는 정본을 가진 채권자, 경매개시결정이 등기된 뒤에 가압류를 한 채권자, 민법·상법, 그 밖의 법률에 의하여 우선변제청구권이 있는 채권자는 배당요구를 할 수 있다. — 민사집행법 제88조 제1항
확정일자를 갖춘 임차인, 소액임차인, 임금채권자가 모두 세 번째 칸에 들어갑니다. 권리는 강한데 등기부에는 없는 사람들입니다. 강한 권리일수록 신고 의무가 따라붙는 셈입니다.

3. 놓치면 우선변제권이 있어도 못 받습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배당에서 빠진 사람이 뒤늦게 「내 몫을 가져간 후순위 채권자에게서 돌려받겠다」고 나설 수 있는지가 남습니다. 대법원은 안 된다고 했습니다.
적법한 배당요구를 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비록 실체법상 우선변제청구권이 있다 하더라도 경락대금으로부터 배당을 받을 수는 없을 것이므로 … 그가 적법한 배당요구를 한 경우에 배당받을 수 있었던 금액 상당의 금원이 후순위채권자에게 배당되었다고 하여 이를 법률상 원인이 없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 — 대법원 2002. 1. 22. 선고 2001다70702 판결
부당이득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돌려받을 길이 없습니다. 이 사건에서 문제 된 채권은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소액보증금이었습니다. 가장 두텁게 보호받는 채권조차 신고를 안 하면 그대로 사라진다는 것을 대법원이 확인한 사례입니다.구 민사소송법 시절의 판결이지만 현행 민사집행법도 구조가 같고, 아래 2012년 판결이 현행법 아래에서 같은 법리를 다시 확인했습니다.
4. 일부만 요구하면 딱 그만큼만 받습니다
종기를 지켰다고 안심할 일도 아닙니다. 요구한 금액이 곧 상한입니다.
배당요구종기까지 배당요구한 채권자라 할지라도 채권의 일부 금액만을 배당요구한 경우 배당요구종기 이후에는 배당요구하지 아니한 채권을 추가하거나 확장할 수 없고, 이는 추가로 배당요구를 하지 아니한 채권이 이자 등 부대채권이라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 대법원 2012. 5. 10. 선고 2011다44160 판결
같은 판결이 빠져나갈 문 하나를 열어 둡니다. 경매신청서나 종기 전에 낸 배당요구서에 「배당기일까지의 이자를 구한다」는 취지가 적혀 있으면 그 이자는 배당 대상에 들어갑니다. 실무에서 배당요구서 문구를 신경 써야 하는 이유입니다.
이 사건의 채권은 근저당권보다 앞서는 당해세였습니다. 순위가 아무리 높아도 교부청구한 금액까지만 배당받았습니다. 판결은 체납처분에 의한 압류등기가 되어 있더라도 별도로 교부청구를 하지 않으면 그 조세채권으로 후순위 배당권자에 우선할 수 없다고도 했습니다.
등기부만 보고 예상 배당표를 짜면 틀리는 지점이 또 있습니다. 제84조 제5항입니다. 근저당권자나 가압류권자가 법원의 최고에 채권 신고를 하지 않으면, 법원은 등기사항증명서 등 집행기록의 서류로 채권액을 계산하고 다시 채권액을 추가하지 못합니다. 채권최고액이 아니라 실제 신고액으로 움직인다는 뜻입니다.

5.낙찰자에게는 정반대로 작동합니다
지금까지는 돈을 받을 사람의 이야기였습니다. 입찰자 입장에서 보면 부호가 뒤집힙니다.
| 대항력 있는 임차인이 종기까지 배당요구 | 배당으로 회수되는 만큼 보증금이 줄고, 못 받은 금액만 매수인이 인수 |
| 배당요구를 하지 않음 | 배당에서 제외되고, 보증금 전액을 매수인이 인수 |
임차인이 날짜를 놓쳐서 생긴 손해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낙찰자에게 옮겨 오는 구조입니다. 매각물건명세서에서 임차인의 이름과 전입일자만 볼 것이 아니라, 배당요구 여부와 배당요구일을 같이 확인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제88조 제2항이 매수인을 보호합니다. 배당요구로 매수인이 인수할 부담이 바뀌는 경우, 배당요구를 한 채권자는 종기가 지난 뒤에 이를 철회하지 못합니다. 배당요구를 보고 「소멸하겠구나」 판단해 값을 썼는데 나중에 철회당하는 사태를 막는 규정입니다.뒤집어 말하면 종기 전에는 철회가 가능합니다. 종기가 지나지 않은 사건의 명세서를 보고 권리관계를 확정 지어 판단하면 안 됩니다. 입찰 직전에 다시 열어 보는 것이 맞습니다.

6.배당요구는 사람이 아니라 권리마다 따집니다
실무에서 가장 많이 헛짚는 대목입니다. 한 사람이 권리를 둘 가지고 있으면 어떻게 되는가.
보증금을 지키려고 확정일자를 받아 두고 전세권설정등기까지 마친 임차인이 있습니다. 이 사람이 임차인 자격으로 배당요구를 했습니다. 그러면 전세권도 함께 배당요구된 것으로 볼 수 있을까요.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임차인으로서의 지위와 전세권자로서의 지위를 함께 가지고 있는 자가 그 중 임차인으로서의 지위에 기하여 경매법원에 배당요구를 하였다면 배당요구를 하지 아니한 전세권에 관하여는 배당요구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없다. — 대법원 2010. 6. 24. 선고 2009다40790 판결
근거 규정과 성립 요건이 다른 별개의 권리라는 것입니다. 결과는 무겁습니다. 민사집행법 제91조 제4항 단서상 최선순위 전세권은 오로지 전세권자의 배당요구로만 소멸하는데, 배당요구가 없었으니 그 전세권은 매수인에게 그대로 인수됩니다.
이 사건이 남긴 또 하나가 있습니다. 매각물건명세서에 최선순위 전세권이 인수된다는 취지가 적혀 있지 않았고, 대법원은 그 작성 잘못으로 매수인이 입은 손해에 대해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했습니다. 명세서를 믿은 매수인이 보호받은 드문 사례이면서, 동시에 명세서에도 빠지는 항목이 있다는 경고이기도 합니다.

7. 입찰 전에 확인할 것
순서는 단순합니다. 종기를 먼저 찾고, 그 날짜를 기준으로 나머지를 읽습니다.
| 1 | 매각물건명세서 상단에서 배당요구 종기를 확인한다. 종기가 아직 지나지 않았으면 권리관계는 확정된 것이 아니다 |
| 2 | 임차인별로 배당요구 여부와 배당요구일을 본다. 종기 이후 날짜면 배당요구가 없는 것과 같다 |
| 3 | 전입일자·확정일자와 말소기준권리를 대조해 대항력을 판단한다. 대항력이 있는데 배당요구가 없으면 전액 인수를 계산에 넣는다 |
| 4 | 등기부에 전세권이 따로 있으면 그 전세권 명의로 배당요구가 되어 있는지 별도로 본다 |
| 5 | 문건접수내역에서 배당요구서·권리신고서·교부청구서의 접수일을 직접 대조한다 |
5번이 실제로 판을 가릅니다. 명세서는 요약이고, 문건접수내역은 원본입니다. 무상거주확인서가 첨부된 권리배제신청서도 같은 자리에서 찾습니다.
자주 오해하는 세 가지
첫째,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배당요구로 아는 것입니다. 둘은 우선변제권의 성립 요건이고, 배당요구는 그 권리를 이 사건에서 행사하겠다는 별개의 신청입니다. 요건을 갖추는 것과 신청하는 것은 다릅니다.
둘째, 임차인이 배당을 받으면 바로 나가야 한다고 아는 것입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2 제3항은 임차주택을 양수인에게 인도하지 아니하면 보증금을 받을 수 없다고 정합니다. 순서가 반대입니다. 배당금 수령과 인도가 맞물려 있습니다.
셋째, 경매개시결정 등기 후의 가압류도 당연히 배당된다고 아는 것입니다. 제148조 제3호의 당연배당은 첫 경매개시결정등기 전에 등기된 가압류에 한합니다. 그 뒤의 가압류권자는 제88조 제1항에 따라 종기까지 배당요구를 해야 합니다.
다음 편에서는 배당표가 작성된 뒤에 다투는 절차, 배당이의와 배당이의의 소를 정리합니다.
* 이 글은 2026년 9월 기준 법령과 판례를 확인해 작성했습니다. 개별 사안은 조건에 따라 결론이 달라집니다. 실제 입찰 전에는 해당 사건의 기록과 전문가의 확인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자료 출처
민사집행법 제84조·제88조·제91조·제148조 /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2 (국가법령정보센터 원문 확인) / 대법원 2002. 1. 22. 선고 2001다70702 판결 / 대법원 2010. 6. 24. 선고 2009다40790 판결 / 대법원 2012. 5. 10. 선고 2011다44160 판결 / 법제처 찾기쉬운 생활법령정보 「보증금의 회수 — 배당요구」
이 글을 쓴 사람
현직 공인중개사 · 법원 매수신청대리인
법령과 조문을 직접 확인해 정리합니다. 오래된 정보나 바뀐 규정은 발견하는 대로 갱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