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허니트랩엔 절세미녀가 오지 않는다 — 전직 공안수사관이 밝힌 실제 수법

스마트샤크 2026. 9. 5.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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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에서 서류 봉투로 뻗는 손 — 은밀한 포섭 접근을 상징하는 이미지

영화 속 스파이물에는 공식이 하나 있습니다. 바에 혼자 앉은 남자에게 눈부시게 아름다운 여성이 다가오고, 몇 잔의 술이 오간 뒤 기밀이 새어 나가는 장면이지요. 그런데 실제 첩보 현장을 겪은 사람은 정반대의 이야기를 합니다. 현실의 허니트랩에는 절세미녀가 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전 일본 경시청 공안부 외사과 수사관 가쓰마루 엔가쿠는 최근 펴낸 저서 『일본을 조용히 잠식하는 스파이의 수법』에서 자신이 현장에서 마주한 외국 정보기관의 포섭 기술을 정리했습니다. 부동산, 기업, 학술교류, 연애, 소셜미디어까지 일상 곳곳에 파고드는 공작을 다뤘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이 바로 허니트랩입니다. 프레지던트 온라인이 이 부분을 발췌해 소개하면서 화제가 됐습니다.

읽어보면 흥미로운 것은, 이 이야기가 첩보 세계에만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요즘 흔한 로맨스 스캠이나 투자 사기의 구조와 거의 똑같기 때문입니다.

1. 스파이가 가장 먼저 보는 것은 얼굴이 아니라 '약점'

서류와 돋보기 — 포섭 대상의 약점을 파악하는 정보 수집 과정

가쓰마루 전 수사관에 따르면 포섭 작업의 첫 단계는 상대의 취약 지점을 파악하는 일입니다. 술에 약한 사람인지, 돈에 약한 사람인지, 이성에 약한 사람인지, 아니면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유난히 강한 사람인지를 먼저 관찰합니다.

무엇을 주면 기뻐하는지, 어떤 말에 마음이 움직이는지를 확인한 다음에야 접근 방식이 결정됩니다.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누구에게나 똑같이 돈을 주는 것도, 누구에게나 같은 이성을 붙이는 것도 아닙니다. 그 사람을 관찰해 '이 사람은 무엇에 흔들리는가'를 파악한 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고릅니다."

즉 허니트랩은 기본 전술이 아니라 선택지 중 하나입니다. 돈에 흔들리는 사람에게는 돈이 가고, 인정욕구가 큰 사람에게는 "선생님 같은 전문가를 꼭 뵙고 싶었습니다"라는 초청장이 갑니다. 이성 문제에 약하다고 판단됐을 때 비로소 허니트랩이 꺼내지는 것이지요.

흥미롭게도 이 방식 자체는 스파이만의 기술이 아니라고 그는 덧붙입니다. 공안경찰이 정보 제공자를 확보할 때도, 민간기업이 경쟁사 인재를 영입할 때도 상대가 원하는 것을 먼저 파악합니다. "결국 하는 일의 골격은 스파이나 민간기업이나 같다"는 것입니다. 차이는 목적이 국가 차원의 정보수집이라는 데 있을 뿐입니다.

2. 샤라포바가 다가오면, 오히려 실패합니다

눈부신 조명 앞에서 뒤로 물러서는 실루엣 — 지나친 접근이 경계심을 부르는 상황

이 책에서 가장 반직관적인 대목이 여기입니다. 지나치게 아름다운 여성은 허니트랩에 부적합하다는 것입니다.

가쓰마루 전 수사관은 예시로 전 프로테니스 선수 마리야 샤라포바를 듭니다. 현실에서 마주칠 일이 없는 수준의 미녀가 갑자기 호감을 표하며 다가온다면, 대부분의 사람은 기뻐하기 전에 먼저 의심합니다. '이건 뭔가 있다', '바가지 사기 아닌가', '미인계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경계심을 끌어올리는 접근은 공작으로서 실패입니다. 정보 공작의 목표는 상대를 감탄시키는 것이 아니라 경계를 풀게 만드는 것이니까요.

3. 핵심은 '스트라이크 존'

스트라이크 존 도식 — 표적이 '가능하다'고 느끼는 범위를 나타낸 개념도

그래서 실제로 효과가 있는 대상은 따로 있습니다. 충분히 매력적이면서도, 표적이 "나도 이 사람과는 현실적으로 잘될 수 있겠다"고 느끼는 상대입니다. 가쓰마루 전 수사관은 이를 표적의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가는 사람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절세미녀가 아니라 '내 주변에도 있을 법한 예쁜 사람'. 이게 가장 잘 먹힙니다."

여기에는 씁쓸한 통찰이 하나 숨어 있습니다. 스트라이크 존이라는 개념이 성립하려면, 표적 본인이 '나 정도면 가능하다'고 믿고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기사가 지목한 위험군이 바로 그 지점입니다. 젊은 시절 이성에게 어느 정도 인기가 있었던 사람, 그리고 지금도 자신이 여전히 매력적이라고 믿는 사람이 오히려 더 위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객관적으로 매력적인 사람이 아니라, 주관적으로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사람이 걸린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원리는 로맨스 스캠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사기 계정의 프로필 사진이 톱모델급이 아니라 어딘가 '동네에서 볼 법한' 얼굴인 데는 이유가 있는 셈이지요.

기사는 이 밖에도 지나치게 친절한 성향, 일을 혼자 안고 가는 비밀주의적 태도, 경제적 여유 같은 요소를 취약 요인으로 함께 꼽았습니다.

4. 맞춤형 접근이 가능한 이유

특정 인물의 취향에 맞춰 접근할 사람을 고르려면, 그만한 인적 자원과 정보가 필요합니다. 가쓰마루 전 수사관은 중국이 일본을 상대로 그런 기반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합니다. 현재 일본에 거주하거나 과거 일본에서 생활한 중국인에 관한 방대한 정보를 보유하고 있고, 그중에는 일본어에 능통하고 일본인의 취향과 대화 방식을 잘 이해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입니다.

"누구에게나 같은 여성을 붙이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의 취향에 맞춰 최적화한다"는 설명은 이런 배경에서 나옵니다.

방식은 활동 국가에 따라서도 달라집니다. 러시아인은 일본에서 외모상 눈에 띄기 쉬워 허니트랩을 상대적으로 덜 활용하는 반면, 유럽에서는 같은 수법이 훨씬 수월하다고 합니다. 중국이나 북한처럼 현지 사회에 자연스럽게 섞여들 수 있는 경우와는 접근 환경 자체가 다르다는 이야기입니다.

5. 우리에게 남는 것

스마트폰 속 낯선 프로필 — 로맨스 스캠 접근을 의심해야 하는 순간

대부분의 사람은 국가 기밀을 다루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의 구조는 우리 일상에 훨씬 가까이 있습니다.

  • 먼저 상대를 관찰해 약점을 찾고
  • 그 약점에 맞춰 접근 방식을 설계하고
  • 의심을 사지 않을 만큼 적당한 수준의 호감으로 다가오고
  • 공적인 인연을 자연스럽게 사적인 관계로 옮겨가는 것

로맨스 스캠, 리딩방 투자 사기, 기업 내부정보를 노린 헤드헌팅형 접근까지 골격은 같습니다. 그래서 실질적인 방어선도 결국 하나로 모입니다. "왜 하필 지금, 왜 하필 나에게 이렇게까지 잘해주는가." 이 질문을 던질 수 있느냐입니다.

특히 상대가 지나치게 완벽하지 않고 적당히 현실적일 때, 우리는 그 질문을 하지 않습니다. 스트라이크 존이 무서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자신이 매력적이라고 믿는 마음, 인정받고 싶은 마음은 죄가 아니지만, 그 마음이 어디에서 어떻게 이용되는지는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가장 좋은 방어는 의심이 많아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무엇에 흔들리는 사람인지 스스로 먼저 아는 것입니다. 스파이가 가장 먼저 알아내려는 것도 결국 그것이니까요.

참고

  • 강창욱, 「"절세미녀는 오지 않는다" 日 전직 공안이 밝힌 '미인계에 걸리는 남자들'」, 국민일보, 2026.09.05
  • 가쓰마루 엔가쿠, 『일본을 조용히 잠식하는 스파이의 수법』
  • 프레지던트 온라인 발췌 기